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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줄거리 및 독후감<책>(아마두 쿠루마)

by 비츠로K 2025. 2. 6.

목차

아마두 쿠루마의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는 복잡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그의 탁월한 서사력과 철학적인 접근이 돋보입니다. 이 책은 독자를 생각에 잠기게 하며,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심오한 여정에 초대합니다.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저자, 시대적 배경

 

아마두 쿠루마(Amadou Kourouma, 1927~2003)는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작가로, 식민주의와 독재, 전쟁으로 얼룩진 서아프리카의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낸 문학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소설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2000)는 서아프리카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20세기 후반, 식민지 독립 이후에도 부패와 내전, 군부 독재로 고통받던 서아프리카의 현실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전쟁 용병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권력과 폭력, 생존의 문제 속에서 떠도는 여정을 통해, 아프리카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쿠루마는 서구적 소설 형식과 아프리카 전통 구술 서사를 결합해 독창적인 문체를 구축했으며, 이 작품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줄거리

 

서아프리카의 혼돈 속에서 태어난 한 소년의 이야기

서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내전이 끊이지 않고 전쟁의 불길이 번지는 땅에서 한 소년 비랑가가 태어납니다. 그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마을 장로들은 그가 “전쟁의 시대에 태어난 아이”라며 불길한 예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의 삶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휘몰아치게 됩니다.

소년 비랑가는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만 합니다. 정부군과 반군이 뒤엉켜 싸우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결국 어린 병사가 되어 용병으로 전장에 뛰어듭니다.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었습니다. “살고 싶다면 싸워라.” 어린 비랑가에게 주어진 유일한 법칙이었습니다.

 

어린 용병이 되어 떠도는 여정

비랑가는 반군 지도자인 “대장님”에게 발탁되어 끔찍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웁니다. 총을 들고, 동료들과 함께 적군을 쏘고, 때로는 약탈도 합니다. 처음에는 공포에 떨던 그였지만, 차츰차츰 폭력이 일상이 되어갑니다.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야수처럼 살아야 한다.” 그가 속한 무리는 인간이 아니라 ‘들짐승’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속한 반군이 패배하면서 비랑가는 포로가 됩니다. 이제 그는 한때 싸우던 정부군의 손에 떨어지고, 그들의 명령을 따라야만 합니다. 자신을 키운 반군을 배신할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적에게 충성할 것인가?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는 선택하지 않아도 선택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다시 용병이 되어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계속합니다.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세계

이 소설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비랑가의 여정에는 서아프리카의 신화와 민속이 깊이 녹아 있습니다. 마을의 주술사들은 전쟁을 신들의 뜻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은 동물과 교감하며 운명을 점칩니다. 심지어 죽은 자들이 비랑가 앞에 나타나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전쟁터에서는 삶과 죽음이 너무 가까워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일이 잦습니다. 비랑가는 꿈속에서 죽은 어머니와 조우하기도 하고, 밤이 되면 들짐승들이 투표를 한다는 전설을 듣습니다.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 즉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은, 결국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쟁과 폭력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후의 선택과 남겨진 질문

비랑가는 용병으로 떠돌며 수많은 잔혹한 일들을 겪습니다. 친구를 잃고, 자신이 보호하던 어린 소녀를 구하지 못하고,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갑니다. 결국 그는 다시 자유를 얻을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자유란 무엇일까요?

그는 전쟁을 끝내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들짐승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요? 비랑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택을 강요받고, 독자들은 그의 운명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간이 들짐승이 되는 순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며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입니다.

 

결말

 

비랑가는 전쟁터에서 숱한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도 수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듭니다. 그는 어린 병사로 시작해 반군과 정부군 사이를 오가며 살아남았지만, 끝내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전쟁이 끝나간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비랑가에게 전쟁이란 단순한 싸움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의 삶이자 그가 아는 세계의 전부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그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평화가 온다고 해도, 피에 물든 손을 씻고 다시 순수한 아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마지막 여정에서, 비랑가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떠납니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가 이야기해주던 전설, 마을의 주술사가 예언했던 운명을 떠올립니다. 그는 어머니의 묘지를 찾아가고, 거기서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전쟁이 끝나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죠?

바람이 불어오고, 들짐승들이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그날 밤, 비랑가는 마지막으로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숲속의 들짐승들이 투표를 합니다. 그들은 비랑가가 인간으로 남을 자격이 있는지 결정하려 합니다. 그가 다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전쟁의 망령으로 남을까요?

그 대답을 듣기도 전에 비랑가는 깨어납니다. 새벽이 밝아오고, 먼 곳에서 총소리가 멎어갑니다. 그는 조용히 길을 나섭니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자기 스스로 선택할 것입니다.

비랑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독자의 마음속에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들짐승들의 투표는 계속될 것입니다. 인간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느낀점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감정은 깊은 슬픔과 무력감이었습니다. 주인공 비랑가의 삶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부유하며, 그에게는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의 유일한 현실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용병이 되어 친구를 잃고, 사람을 죽이고, 전쟁의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잘못일까요?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마치 들짐승들의 투표를 기다리는 한 존재처럼 고통스러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얼마나 쉽게 들짐승이 되어버리는가? 폭력에 길들여지고,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게 되는 순간,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랑가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며 나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습니다. 전쟁이 끝나도 그는 갈 곳이 없지만, 적어도 그는 스스로의 길을 찾으려 합니다. 그것이 설령 끝없는 방황일지라도, 인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희망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큰 감정은 무력감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갈망입니다. 비랑가는 인간성을 완전히 잃은 걸까요? 아니면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독자들에게 맡겨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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