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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가족이 아닌 사람도 끌어들이는 힘 있는 작품으로, 샤오홍은 그의 탁월한 서사 기술과 사회적 비판을 통해 독자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입니다.

저자, 시대적 배경
샤오홍(蕭紅, 1911~1942)은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사회적 부조리와 여성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을 남겼다. 그녀의 소설 가족이 아닌 사람(生死場, 1935)은 1930년대 중국의 동북 지방을 배경으로, 농민과 여성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이 쓰인 시대는 중국이 일본의 침략을 받으며 격변하던 시기로, 1931년 만주사변 이후 만주 지역이 일본의 지배하에 놓였다. 샤오홍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식민 지배, 전쟁,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과 하층민의 고난을 생생히 담아냈다. 그녀는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현실을 결합하여, 잔혹한 운명 앞에서도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샤오홍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가족이 아닌 사람은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중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줄거리
1. 피폐한 마을, 그리고 사람들
마을은 척박한 땅 위에 놓여 있다. 일본의 침략으로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이곳의 농민들은 가난에 허덕이고, 특히 여성들은 잔혹한 운명의 희생양이 된다.
마을에는 서로 다른 운명을 짊어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금련(金花, 진화)은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여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으며 자란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남편에게 순종하며 살아온 전형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금련은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단순히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싶어 한다.
한편, 왕여(王婆, 왕파)는 마을의 중매쟁이로, 여성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강제로 결혼시키는 악랄한 인물이다. 그녀는 돈을 위해 어린 소녀들을 늙은 부자들에게 팔아넘기고, 가난한 여인들을 착취한다. 그녀로 인해 마을의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폭력적인 가정 속에서 고통받는다.
또한 노인(老年人, 라오니엔런)은 마을의 정신적 지주로, 오랜 세월 동안 모든 변화를 지켜봐 온 존재다. 그는 마을이 점점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2. 억압받는 여성들의 운명
금련은 부모의 뜻에 따라 강제로 결혼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 진삼(陳三, 천싼)은 폭력적인 남성으로,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한다. 금련은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학대를 당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금련과 비슷한 처지의 여인들도 있다. 소옥(小玉, 샤오위)은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가족의 손에 의해 강제로 잡혀와 낯선 남자에게 시집가게 된다. 그녀는 꿈을 포기해야 했고, 폭력적인 현실에 맞서 싸울 힘조차 잃어버린다.
하지만 금련은 다르다. 그녀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점점 강해지는 그녀의 내면은 기존의 가치관과 충돌하며, 그녀가 마을에서 살아남는 방식도 달라진다.
3. 전쟁의 그림자와 삶의 붕괴
이 마을에 찾아온 또 다른 불행은 바로 전쟁이다.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마을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젊은 남자들은 강제 징집되고, 농민들은 착취당한다. 전쟁은 사람들에게서 남은 희망조차 빼앗아 간다.
마을의 남자들은 대부분 떠나거나 죽고, 남겨진 여성들은 스스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 금련은 점점 강인한 존재가 되어 가고,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인물이 된다. 하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그녀에게도 가혹하다.
4. 파국으로 치닫는 마을
전쟁이 격화되면서 마을은 더욱 황폐해진다. 기근과 폭력이 일상이 되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더 잔혹해진다. 왕여 같은 사람들은 이런 혼란 속에서 더욱 활개를 치고, 금련은 그녀와 맞서 싸우려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금련은 끝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억압과 폭력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그녀의 저항은 마을의 기존 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그녀의 운명은 점점 더 비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5. 생과 사의 경계에서
샤오홍은 가족이 아닌 사람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냉혹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의 제목은 단순히 혈연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의미를 넘어서, 인간이 전쟁과 사회적 억압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금련을 비롯한 여성들은 끝까지 살아남으려 하지만, 결국 시대적 흐름과 가부장적 사회의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들의 작은 저항과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샤오홍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전쟁 소설이나 여성 서사가 아닌,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는 이들의 처절한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결말
전쟁과 억압, 가난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던 금련. 그녀는 끝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시대의 거센 물결 속에서 점점 더 깊은 절망으로 빠져든다. 일본군의 침략이 더욱 거세지면서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되고, 남아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쓰러져 간다.
금련은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랑도, 가족도, 자유도.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무너진 집터 위에 앉아, 흐릿한 시선으로 텅 빈 마을을 바라본다. 그녀가 한때 증오했던 이곳, 그녀를 가두었던 이곳. 그러나 동시에 그녀가 살아온 곳이기도 했다.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인다. 그녀의 곁에는 마을에서 살아남은 몇몇 여성들이 남아 있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마지막까지 버티려 한다.
그 순간, 멀리서 포성이 울린다.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삶과 죽음의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그러나 금련은 알 수 있다. 비록 자신들의 삶이 끝없이 짓밟혔지만, 그 안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가 있었다는 것을. 샤오홍은 금련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그려낸다. 아무리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은 헛되지 않다. 가족이 아닌 사람의 결말은 슬프지만, 동시에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느낀점
샤오홍의 가족이 아닌 사람을 읽으며 가장 깊이 느껴졌던 감정은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나 사회 고발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 끝없이 짓밟히면서도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인간의 이야기다.
특히 금련의 삶을 따라가면서 느꼈던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강제 결혼을 당하며, 사랑과 자유를 빼앗긴다.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고통과 절망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시대가 그녀를 가혹하게 몰아붙일수록, 그녀는 더욱 강해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놓지 않으려 한다.
작품을 읽으며 가슴을 짓누르는 무력감과 분노, 그리고 점점 희미해지는 희망의 불씨가 뒤섞여 나를 감쌌다. 마을은 전쟁으로 무너지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진다. 하지만 금련과 그녀와 같은 여성들은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대가 아무리 가혹해도,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작은 희망을 붙잡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서 금련의 숨결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삶을 향한 저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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